신에게 4번의 미팅은 내 삶을 송두리채 변화시키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 와의 만남이 한번 이뤄질수록 내 안의 틀이 깨지는 느낌이 분명했지만,
여전히 나는 그 감동을 내 삶에 잘 적용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신을 통해 분명 새로운 세상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나의 갈증은 애갈과 같아서 바닷물의 소금을 퍼먹는 기분마저 들었다.
하루의 대부분의 일과를 천천히 보내며, 내가 만든 콘텐츠를 기반으로 원하는 만큼 자동적으로 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자유로운 세계. 나는 하루 빨리 그 세상에 나아가기위해 배를 끌어 가고 싶었지만, 닺에 걸린 밧줄하나 풀기부터가 쉽지가 않았다.
그 밧줄의 중심에는 사업을 바라보는 내 관점도 단단하게 한몫을 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나는 항상 자본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나로 하여금 자본이 있을때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제한을 주기도 했다.
그러기에 무일푼에 내가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았으며, 항상 더 좋은 방법을 찾기보다는 현재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만을 습관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신을 만나고부터 이 생각은 점점 틈을 벌리기 시작했다.
신에게는 사업은 돈이 없을때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고,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더욱이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신비로운 신념이 있었다. 실제로 그의 일상에서 하나하나 작은 퍼즐들이 그의 주장과 맞아떨어져갈때마다 나의 내면의 딱딱하게 굳은 틀이 깨져나감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도 나도 모르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최고급 카메라와 노트북, 조명기계등을 구비해야만 무언가를 제대로 만들것이라 생각을 했다.
유튜브의 촬영장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어떤 기반의 촬영기법들, 완벽한 동영상 편집등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쓸때도 좋은 장소를 가야 집중이 되는 병이 걸릴만큼, 나는 나의 좋은 조건을 기반으로 질 높은 콘텐츠가 나올것이라는 착각을 가졌다.
하지만 신은 달랐다. 5년도 넘어보이는 낡은 컴퓨터 하나를 가방에 툭 꺼내며, 번져보이다 못해 손때로 더러워진 액정을 손으로 쓱쓱 닦으며 신은 계속해서 콘텐츠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었다. 가방의 끈은 약간 낡아서 헤지기 일보직전이었고, 가장 작은 카메라 하나와 카메라 조정 다리 하나를 늘 그는 가방아래 보관주머니에 담고 다녔다. 아. 한가지 더 그는 항상 오래된 녹음기 하나를 몸에 부착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가 가진 모든 장비였다는것을 나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 취약한 장비(?)를 한번도 탓하지 않았으며, 그것들로 상상 이상의 모든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다섯번째 만남에서 신은 그렇게 나의 오만한 착각을 온몸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콘텐츠 만드는데 정말 자본과 시간이 엄청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좋은 장비, 촬영장소 이런거?”
“자본이요. 뭐 그런건 아니라고 해도, 분명 비슷한게 필요할것 같지 않나요.”
“그렇군요. 자유리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어떻게 활용하실 생각이세요?
유튜브를 하시는 이유가 무엇이에요? 글은 왜 쓰시는 거에요?”
새삼 당연한 질문에 맥이 빠졌다. 나는 가볍게 대답을 했다.
“그거야 당연히 구독자를 늘리기 위함이지요.”
“구독자를 늘리는 이유는 무엇인데요?”
조금은 삐죽거리는 마음을 외면한채, 나는 대답을 했다.
“당연히 구독자를 늘려서 사람들이 저를 더 알아볼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지요. 제가 파는 것에 대한 구매도 올라갈 수 있고, 그런거 아닐까요?”
“콘텐츠도 분명 돈을 벌기위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제가 돈버는 질문좀 더 해봐도 되겠네요.
자유리는 사람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게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 것인데요? “
“그건…”
막상 고객의 문제라는 구체적인 사실에 나는 곧장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유리의 고객은 현재 어디에 많이 모여있지요? 그들은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 젊은가요? 아닌가요? 자유리는 정말 사회에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습니까? 또 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폭탄처럼 밀려오는 그의 날카로운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내가 이곳에 없는 듯한 멍한 기분이 들었다.
“…”
“저는 하고 싶은 질문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런데 자유리. 자유리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비싼 고성능의 컴퓨터, 고급카메라, 조명, 마이크 등으로 대답하고 있어요. 아시겠지만 저는 그런것들을 사본적도 없습니다. 오래된 핸드폰 하나로 거의 모든 걸 해결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 제품을 구매하게 하려면 어느정도의 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뭔가 석연찮은 표정을 감지한 신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자유리는 크몽이라는 사이트를 아시죠?”
“크몽이요. 네 들어는 봤습니다.”
“그 사이트를 지금 딱 20분만 검색해보시고, 느낀점을 저에게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나는 그의 말대로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보았다. 사이트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콘텐츠 제품이 팔리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절대 팔리지 않을것 같은 제품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런걸 팔고 있어? 이것도 팔리나?
정신을 집중하는 방법도 파네. 뭐 고민을 들어주고 돈을 달라고?’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사이트를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약속한 시간이 10분이나 더 흘렀는지도 몰랐다.
신은 나를 오래 기다리다 한참 뒤 질문을 했다.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자유리”
“정말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네요. 말도 안될정도로..”
“그렇죠. 그럼 자유리. 자유리가 본것 중에 한가지 마음에 드는 것을 지금 바로 구매해보실래요?”
나는 신의 이야기를 듣고 한가지 나를 끌리게 했던 제품을 선택했다. 그 제품의 이름은..
“가장 이기적으로 돈을 버는 3가지 비법.”
믿기지 않았지만, 판매자는 pdf로 세장 남짓의 비법을 가볍게 적어놓고,(사진 일부만 첨부해서)
3만원의 돈을 받으며 판매하고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것을 구매한 사람이 400여명이 넘는 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제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어야 할까요??”
“어떻게 이런 걸 팔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무엇이든 팔리수 있다는 자신감. 아닐까요?”
“그렇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콘텐츠를 쌓기위해서는 정확하게 그것을 구매해봐야 하고, 경험해 봐야겠지요. 그리고 그런 방식을 역설적으로 이용해서 내 콘텐츠에 적용하는것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오늘은 제가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드려야 될것 같아요. 지금 자유리가 보는 상품을 콘텐츠 시장에서는 MVP 상품이라고 합니다. 가장 작게 판매가능한 상품을 가리켜 쓰는 용어이지요.”
“콘텐츠는 말이죠. 자신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초반부터 판매를 시도해봐야 해요. 설사 내 구독자가 1백명도 넘지 않은 작은 상태라고 해도 반드시 MVP는 도전해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시작부터 판매를 걸지 않으면 콘텐츠에 생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콘텐츠의 생명이요?”
“네. 콘텐츠에도 생명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용하고 쓰는 콘텐츠는 생명이 넘치는 것들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가치가 있다해도 사람들이 외면하고, 방치되는 녀석들은 죽어있는 콘텐츠가 되지요. 자유리는 앞으로 살아있는 콘텐츠를 만드셔야 합니다.”
“살아있다라..?”
“사람들이 보고 만지고 쓰는 것을 만드셔야해요. 그래서 MVP가 중요한 과정인것이구요. 우선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도 못하니깐요. 하지만 만든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이 오는지도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그런점에서 MVP는 사람들의 반응을 실험해볼 수 있는 소중한 장치가 됩니다. “
“그러면 지금 만드는 콘텐츠는 MVP콘텐츠와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요?”
“자유리. 자유리는 최근에 가장 관심있게 보는 채널이 있습니까?”
“네 있지요.”
“그 채널을 보면서 모든 것들이 명쾌해지던가요?”
“그런것도 있지만 아닌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약간 부족한 느낌?”
“바로 그것입니다. 나의 콘텐츠에 더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을 위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콘텐츠에 소액의 결제를 달아놓고 이걸 미리 셋팅해놓는 작업을 가리켜 mvp 작업이라고 하는것입니다. 한마디로 조금은 더 문제의 해결점을 제시해주는 콘텐츠 인것이지요.”
신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건강을 만드는 콘텐츠를 예를 들으면 가장 대중적인 건강정보를 일반콘텐츠에 꾸준히 담습니다. 정보가 일관성있고 꾸준하면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구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비법들은 정리 요약해서 mvp 콘텐츠를 가볍게 만들어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의 유튜브나 플랫폼 하단에 mvp 정보를 깔아놓고 콘텐츠 중간중간에 고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알릴수가 있겠지요. 그러면 관심이 생긴 구매자는 자연스럽게 소액의 결제를 통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할 것입니다.”
“아하 그렇게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를 판매한다는 것이군요.”
“네. 맞습니다. 이런 과정이 생기면 내가 만든 조금은 허접한 콘텐츠도 이것이 유료과정의 전 단계(서비스)라 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더 많은 신뢰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나는 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유리도 한번에 110만원짜리를 결제하지 않으셨죠?”
신은 바로 답을 주기보다는 몇년전 내가 자신의 제품을 구매했을때, 했던 나의 행동을 먼저 소환해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신의 제품을 구매하기전 매우 신중하게 신의 글과 콘텐츠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다양한 (구매가능한) 값싼 재료들을 먼저 재확인했다. 1-3만원짜리 저렴한 콘텐츠를 충분히 음미한뒤 나는 심리적으로 재 확인 상태를 하고, 고액의 콘텐츠 제품을 구매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 일을 떠올리는 내 얼굴을 보며 신은 자신있게 이야기를 마무리해갔다.
“사람들에게 진짜 제품을 판매하기전, 하나의 작은 콘텐츠를 우선 팔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작은 콘텐츠를 구매해보면서 만족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mvp를 설정해놓기만 하면, 내가 만든 모든 콘텐츠들이 고객들을 이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더 큰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생각해보니, 나는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해서 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돈을 받는다는 생각을 안하다보니, 사실은 콘텐츠가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부족하고 허접하기만 한 내 콘텐츠를 과연 제대로 보기나 할까요?”
신은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내 작은 미소를 머굼고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자유리의 콘텐츠를 볼지 안볼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사실 예측이 불가능한게 맞지요. 그래서 자유리는 우선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좀 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위해서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사실 판매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애시당초 판매의 경험을 쌓아가는 콘텐츠를 깔아놓고 나의 콘텐츠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 관점에서 MVP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나의 별볼일 없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쌓는 일은 정말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MVP상품은 지속적으로 진화되어 갈 것이고, 그것이 잘 만들어 질 수록 고가의 콘텐츠가 판매될 여지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부족하지만, 판매가 가능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경험이 된다는 말이네요.”
“네. 맞아요. 사람들은 저에게 와서 콘텐츠를 대할때 그건 무언가 준비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듯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최근 내가 어떤 유튜브에 구독을 누를때, 실제로 엄청나게 완성된 전문가도 있었겠지만, 약간은 흠이 있고 구멍이 있지만 그의 말에 공감이 되어 구독을 누르기도 하지요. 사실 너무 잘 만들어 낸 콘텐츠를 보면 약간 부담감이 들때도 있어요. 그런거는 유튜브를 보지 않고 약간 tv를 보는 느낌이 나기도 하죠.. “
“사실 어떤점에서 우리는 콘텐츠 뿐만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의 성장도 함께 보고 싶은것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지금의 시장이 전례없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가는것도 이런 방향성에 한 몫을 합니다. 초딩 꼬마아이가 어설픈 폰카메라로 올린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찍기도하고, 애써서 3개월 간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것이 요즘 콘텐츠 시장의 진짜 현실입니다. 이제는 누가 함부로 미래를 예언한다는 말을 하기가 무서울정도로 다각화, 다변화된 시장에서 완성된 콘텐츠만 만든다는 생각은 정말 꽉 막힌 생각이라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
신의 이야기를 듣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꾸 생각에 잠겨졌다.
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만 한다고 사업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내가 편하는 대로만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좀 더 근사하게 보이는 장비나 외적인 것에 돈을 쓰면서 정작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올지는 잘 고민하지 않았다. 자본이 없기에,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보기좋은 핑계였다. 오히려 자본이 없기때문에, 지금의 나는 더 다양한 것을 도전할 수 있던 것이다.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작은 MVP의 도전은 그런점에서 유의미한 것이었다.
판매가능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문을 두들겨보는 행위가 콘텐츠로 하여금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는 얼마나 소중한 행동들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나의 고객이 어디에 있고,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 그들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MVP안에 모두 담겨져있었다.
신이 떠난뒤 나는 애써 구매한 고가의 장비를 중고시장에 올렸다.
아무것도 없이 폰카하나로 마구 찍은듯한 영상을 올리는 신을 떠올려본다. 미소가 나온다.
그래. 나는 더 이상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될 것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