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자주 실망시킬수록, 나만의 콘텐츠가 보인다.
세번째, 목요일은 생각보다 천천히 왔다.
그의 만남은 내게 갈증섞인 사막의 한방울의 수분 같았고,
갈애섞인 내 마음은 수분을 자꾸 들어라 들어라 하는 마음이 차고 올라왔다.
신은 내게 오늘은 더 흥미로운 것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성급한 내 마음이 재촉되어 열어버린 노트북안에는
정말 하나도 알 수 없는 영어로 적힌 이상한 홈페이지뿐이었다.
그는 내게 이 것을 통해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 상세히 알려주었다.
그는 나와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어떤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구매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디에서 정보를 얻었고, 어떤 과정과 트래픽을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게 되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또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콘텐츠를 팔 수 있는지,
앉아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을 보여주었다.
알 수 없는 그의 작은 손짓 하나에도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왜냐면 처음 내가 신을 만났을때, 신이 내게 설명해주고 있는 지금 화면속 대상자처럼,
나 역시 토시하나 빼지않고 정확히 그 절차에 맞춰 신의 서비스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호기심과 과정에 대해서 내가 무슨 고민을 했는지 신은 이미 알고 있던것이었다.
사실 그는 전면의 모든 과정을 경험을 통해 매일매일 쌓아올렸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게 그렇게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는 내게 마성의 설계자여야만 했다.
사람들이 고민하는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놓치지 않았고, 그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설계하여, 환불율 0%를 만들어낸 기적의 연금술사와 같았다.
나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지금 아이처럼 웃고있는 저 사람의 얼굴이 내 미래의 내 모습이 되기를 바랬다.
간절한 마음이 스크랩처럼 지나가는 웃는 내 얼굴과 맞닥트릴 때, 나는 마치 지금 승전보를 들고 뛰어오는 전령의 마음처럼 어디론가 향해 마구 달려가고 싶어졌다.
“이 기술만 사람들에게 알려줘도 떼돈을 벌겠네요.”
흥분을 감추지 못한 나를 보며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 생각은 1도 없습니다.”
“아니 왜 그러죠? 이런 걸 많이 알면 ‘신’에 대한 가치가 더 올라갈 텐데 말이죠.”
아이처럼 표정짓던 신은 이내 평소와 달리 약간은 불편한 얼굴을 드러냈다.
평소에 신은 언제나 편안한 얼굴이었다. 가방을 양쪽으로 메고, 집에서 방금 나온 것 같은 편한 복장을 입은듯 하지만 머리만큼은 항상 힘을 주었다. 수염이 가득한 그의 얼굴은 자칫 험상궂어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는 그런 경계선을 자주 즐기는 것만 같아 보였다.
“자유리는 제가 왜 수염을 기르는 줄 아시나요?”
그는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말을 이어갔다.
“수염을 기르기 전에 말이죠. 사람들은 저의 표상만을 바라보더군요. 마치 저를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것 같은 사람으로만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저런 요청들을 너무나도 쉽게 하더군요. “이것 실현하는 법 좀 알려줘” “당신을 믿고 따를테니 내게 가르쳐줘.” 등등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수 많은 것들을 끊임없이 요구하더라구요.”
순간 내 생각이 들어 뜨끔한 마음이 들었다.
이내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유리. 나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어떨꺼 같아요?”
‘너무나도 좋을것 같은데요?’ 라는 반발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침착한척 말했다.
“글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신은 말했다.
“자신을 잘 모르는 이들이 나의 일부를 알아서 모여드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가 빼앗아 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어요. 어쩌면 쉽게 나를 안 만나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수염을 기르면서, 그들을 실망시키는데 초첨을 두기 시작했어요.”
나는 단호한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실망이라구요? 왜 그래야만 하는데요? “
“사람들은 콘텐츠를 만들고 편안하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제 삶을 많이 부러워합니다. 그건 좋습니다. 다만 제게 너무 좋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만가지의 좌절에 대해서는 보고,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이뤄냈고, 그래서 그것이 내게 지금 바로 어떤 이득이 될 것인지만 집착을 해요. 그렇게 저를 만나서 어설픈 기술이나 방법은 알 수 있을겁니다. 기술은 원래 중의적인 녀석이라 잘 복사해서 쓰면 분명 몇 년 간 큰돈을 벌게 해줄지도 몰라요. 실제로 그렇게 컨설팅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구요. 그런데. 한 가지. 이렇게 껍데기만 얻은 기술들이 후에는 저주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술과 방법이 저주가 된다니 그게 무슨말인가?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아니 기술이 왜 저주가 되나요?”
“기술은 편하지요. 분명 제가 알려주는 비법만 써도 소극적인 소득(수익을 행위로 벌지않고 자동으로 버는 소득)이 월에 어느 정도 들어오기 시작 할겁니다. 과거에 저도 그런 친구들을 여러 명 키워본 적이 있었죠. 아무런 댓가없이 저를 믿고 따른다는 말만 듣고..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줄 아시나요?”
“어디에 있는데요?”
“교도소입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나는 알 수 없는 뒷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왜 그런건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질문을 수백가지는 하고 싶었다.
“왜 그렇게 되는지 궁금하시죠?”
신은 내 뜻을 이미 알고 있는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연스럽게 백치스런 눈망울이 나왔다.
나는 그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누군가의 성공을 모방하고, 그 콘텐츠의 기법만을 배웠기때문에
오랜시간의 좌절과 실망속에서 쌓았어야만 했던 알맹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니 단기적인 성과와 결과는 빛을 발하겠지만, 뒷심이나 책임이 받쳐지지 못해서
결국 안좋은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자유리. 그래서 실망이 참 중요한 겁니다. 자유리는 실망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별로 생각하지 않은 단어이기에 나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실망이요. 그건 정말 원치 않는것이지요..”
신은 계속 이어서 질문했다.
“그렇다면 그 실망을 가족이나 이성친구 같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줘야한다면?”
“네 그건 정말 원치 않은 일이네요. 실망을 준다는것 자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 아닐까요? 저는 죽기보다 싫을거 같네요.”
“네, 보통 그렇게들 이야기하시죠..
그래서 저는 그렇게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안 만나려고 하는거구요.”
실망 안시키는 사람을 안 만나려한다..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듯 하지만, 나는 신의 생각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실망이 기교를 가르쳐주는 것의 위험성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잘 생각해보세요. 누군가를 실망 시키지 않은 사람은 끊임없이 성공에 집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에게 수염은 말이죠. 누군가를 꾸준히 실망시키겠다는 저의 의지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상징과 같아요. 사람들은 제게 수염을 깎으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올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타인의 시선과 기준이 저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오히려 수염을 유지합니다.
수염은 이렇게 저를 지키는 저만의 방식이기 때문이죠.”
담담하게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유리 누군가에게 실망을 줄 수 있는 성공이 진짜 건강한 성공입니다.
그런 사람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와 결과에 집착하는 것을 멈출 수 있어요.
실망을 주지 않은 성공을 이룬 사람은 자연스럽게 성과와 결과에 집착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쌓인 나의 콘텐츠가 허상의 기술을 만나 욕심을 채우게 되면, 무리한 방법을 쓰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있지도 않은 허상을 있어보이게 만들고,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도구로 전락되기도 하지요. “
그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자유리 한번 생각해봐요.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실망시키지 않기위해서
그 사람은 무엇을 제일 많이 해야할까요? “
나는 그의 생각에 잠시 취한듯이 나도 모르는 답변을 했다.
“…거짓같은 모습이겠지요.? “
“네 맞습니다. 그렇게 허구의 성이 점점 커가는 것이지요.
허상의 콘텐츠 성이 쌓이다못해 나중에는 터져나오는 날이 옵니다.
왜냐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모래성을 쌓는 꼴이기 때문이죠.
그거 아시나요? 저는 자유리가 저를 언제 실망시키는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머리 속이 얼얼했다.
나는 그럴듯하게 잘 되고 싶어함을 간절히 원했는지 모른다.
내가 신을 만나러 온 이유는 어쩌면 너무나도 명확했다.
남이 보이기에도 더 멋진 삶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에게 헛된 바람은 가득했고, 그래서 그의 삶에 외향적인 모습들에 집착한 것 같았다.
나는 신을 만나서 허상의 무언가를 쫒은 듯했다. 그를 반드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노력이 쌓여 보상이라는 마음이 생긴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 깨닫는 나였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내가 그에게 실망을 주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말이 나에게는 이상한 울림을 주었다.
고작 세 번의 만남이었는데, 그는 내게 기분좋은 충격을 주었다.
신이 떠난 뒤, 나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했던 과거의 나를 만났다.
나는 중학교 때 반장이었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가장 멋진 cd player를 들고 다녔다.
나는 20살 이후로 줄곧 헤어스타일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썻고, 누구의 칭찬에 누구의 비난에 언제나 쉽게 흔들렸었다. 나는 나의 성공을 꿈꾼것이 아니라, 어쩌면 누군가의 성공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그랬다. 나는 나만의 기준이 없었다.
누구의 성공이 부러웠고, 누구만의 결과만을 얻으려고만 했다.
그것은 정작 내 과정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그 방법을 처음부터 얻으려 하지 않고,
결과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보려고한다.
나를 믿고 누군가를 실망시킬수 있는 용기.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던 진짜 용기.
생각보다 과정이 쉽지는 않을테지만 가슴한켠에서 밀려오는 알수없는 뿌듯함을 느껴본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기분좋은 깨짐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