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그리는 콘텐츠 사업가 카카오톡 이모티콘 시리즈 ‘너 눈을 왜 그렇게 떠’ 작가 왈님
10월에 진행되었던 팝업스토어 현장을 꾸미고 있는 왈님 모습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주도 입도를 준비하고 있는 왈입니다.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그리고요. 캐릭터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대중 예술을 해 보고자 궁리 중입니다.
Q. 카카오 이모티콘이요?
‘너 눈을 왜 그렇게 떠’ 시리즈입니다. 지금까지 총 12개 나왔고 앞으로 계속 시리즈가 나올 거예요. 지금 2개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 캐릭터 이름은 ‘왈맹이’입니다.
Q. 이모티콘 그리면서 어떤 생각하시는 지 궁금해요.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합니다. 하하. 창작의 고통이 있죠.
그리고 ‘최대한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담아내려면 어떻게 그려야 할까?’를 생각합니다. 전하고자 하는 표현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제 캐릭터는 색도 많지 않고 특정한 형태라고 할 것도 없이 사실 눈과 표정이 전부입니다. 그렇게 표현에 제한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을 해요.
Q. 이모티콘을 그려서 제2의 월급을 벌고 싶은 분들이 많아요. 왈님은 이미 시작한 입장에서 그런 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이모티콘 시장은 매력적이에요. 잘 그려 놓고 보면 일을 하지 않아도 수익이 들어오니까요.
하지만 도전하다 보면 주객전도가 되는 점도 분명 있어요. 특히 준비 과정에서 너무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경우를 봐요.
그냥 시도를 하고 잘 되면 좋은 건데 너무 잘 되는 이모티콘에 대한 전략을 짜거나 공부를 하거나 강의 듣거나 등등. 이왕 하는 거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이 시장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일단 카카오톡 측으로부터 승인 받는 게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승인이 되어도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것은 또 극히 드문 케이스에요.
Q. 승인이 되어도 어려움이 많나 봐요?
맞아요. 승인이 되어도 사람들이 써줘야 결과가 나오는 구조라서요. 카카오에서 승인을 해 줘도 대중이 쓰지 않으면 수익적인 면에서 의미가 없어요.
이모티콘으로 부수익을 만들겠다는 분들을 많이 보는데 치킨 값 겨우 버는 정도 혹은 그보다 더 못한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돈과 시간을 많이 쓰며 준비하는 것보다는 평소 내 ‘바이브’대로 편하게 도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비용도 들이지 않고 부담 없이 해 보시길 바랍니다.
Q. 이모티콘 말고 다른 도전도 생각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모티콘은 전형적인 상품입니다. 상품이 지닌 가치를 뛰어넘고 싶고 예술의 가치를 키워보고 싶어요.
밖에 나가서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중 예술 합니다.” 이런 얘기 자주 해요. 저는 상업의 색깔을 넘어서 예술적 가치도 부여하고 싶어요.
Q. 예술적 가치요?
예술적 가치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에요. 왈맹이가 길거리에 뒹굴거리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웃으면 저는 그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전 누가 봐도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그런 해학이 담긴 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기 안에 그런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장난끼도 있고 천진난만하며 짓궂은 모습을 우리 모두 가지고 있거든요. 저는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더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어디에나 예술이 있고, 어디에나 심미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그런 심미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길 가다 보면 재미있게 생긴 돌맹이가 있어요. 사람들은 잘 안보고 지나가요. 그럴 때는 그런 돌맹이를 전시하고 싶다는 본능이 솟구쳐요.
“이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돌맹이가 있어요.” 이렇게 외치고 싶어요.
한 번만 그렇게 재미있는 발견을 하면 또 다른 것에서도 재미있는 것을 보게 되거든요. 하늘을 무심코 봤는데 특정 구름이 강아지를 닮았다는 걸 찾게 되면 다른 구름도 뭘 닮았는지 찾게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곳곳에서 재미있는 현상들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구나 예술은 도처에 있는 것이구나. 내가 그런 시선만 가지면 재미있는 곳이구나.
이런 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많이 나누고 싶어요. 그런 걸 볼 수 있는 시선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Q.구체적으로 어떤 걸 해보고 싶으세요?
왈맹이 그림 같은 걸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숨겨보고 싶어요. 의외의 장소에 멍청하게 박혀있는 캐릭터를 보면 재미있잖아요.
이번에 사진을 찍으며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는데 좁은 그 벽 사이에 제 쿠션이 있다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의외성이 담긴 표현들이 저는 참 좋아요. 사람들이 지나가며 한 번 풋 하고 웃을 수 있는 그런 표현들을 자꾸 만들어가고 싶어요.
Q. 예술하는 분들 중에 콘텐츠 제작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 갈등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예술가로 인정받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면 대중성은 무시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만 그리고자 하면 골방에서 혼자 그리면 그만이지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돈과 연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사람들의 인정과 연관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내가 정말 그림 그리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소통하고 싶어서 그리는 것인지를 잘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이 되려면 돈이 되는 방향을 잘 고민해야 해요, 왈씨!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하하.)
저는 왈맹이를 보면서 사람들이 잘 봐줬으면 좋겠어요. 노출도 많이 되어야 하고 보이려고 노력해야 하고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내려놓지 않으면 제 풀에 지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용기를 내고 나서야 자신의 방향에 맞게 모든 것이 따라오는 거라 생각합니다.